
백두대간 허리에 우뚝 솟은 금강산은 비로봉(1638m)을 비롯한 1만2000개 봉우리가 광활한 면적에 걸쳐 펼쳐져 있다. 다부진 바위가 그득그득한 계곡, 웅장한 규모의 폭포, 뾰족한 봉우리 사이로 피어오르는 안개. 신비로운 풍경을 보고 있노라면 신선이 노닐던 세계가 바로 이곳인가 싶다. '설봉산'이라 불리는 한겨울의 금강산은 순백색으로 빛난다.
◆폭포와 연못의 합주 '구룡연'
= 금강산의 아름다운 파노라마는 구룡연에서 시작된다. 외금강에 있는 구룡연은 옥류담, 연주담, 상팔담 등 비취빛 연못과 구룡폭포, 비봉폭포 등 장대한 폭포가 지루할 새 없이 펼쳐지는 명소다. 날카로운 칼로 쓱쓱 다듬은 듯한 바위 사이로 투명한 물이 흐른다. 때로는 무서울 정도로 거칠게, 때론 부드럽게 흐르는 물은 푹 파인 바위 품에서 잠시 쉬었다가 제 갈 길을 찾아 내려간다.
정상 상팔담의 8번째 연못에서 떨어진 물이 구룡폭포를 이루고, 구룡폭포에서 떨어진 물은 다시 구룡연을 이룬다. 구룡연에서 흘러내린 물은 가장 낮은 곳의 옥류담으로 쏟아져 내린다. 물의 여정과 반대로 여행객은 구룡연으로, 상팔담으로 오른다.
옥류담이 있는 옥류동이 본격적인 여행의 시작점이다. 하얀 암석 위로 옥구슬이 흐르는 듯한 옥류동 풍경은 금강산 4대 절경 중 하나로 손꼽힌다. 한겨울 추위로 꽁꽁 얼어붙은 물길이 오히려 수려한 굴곡을 드러낸다.
옥류동을 지나면 폭포 2개와 연못이 연달아 자리잡고 있는 연주담을 만나게 된다. 살얼음 사이로 내비치는 비취빛 연못은 겨울에도 제 색을 잃지 않았다.
연주담에서 고개를 들면 구룡대가 한껏 가까워진 것처럼 느껴진다. 절벽에 뿌리를 박은 소나무가 덮칠 듯이 내려다본다. 소나무 발목까지 눈이불이 푹신하게 덮혀 있다. 바람이라도 불면 산등성이에서 날아온 눈발이 뺨을 후린다. 세상의 티끌마저 순백색 옷을 입는 순간이다.
봉황이 날아오르는 형상을 하고 있다 하여 이름 붙은 비봉(飛鳳)폭포를 오른쪽에 끼고 산길을 더 오른다. 연담교에 다다르면 길은 두 갈래로 갈라진다. 설악 대승폭포, 개성 박연폭포와 함께 우리나라 3대 폭포로 꼽히는 구룡폭포로 향할 것인지, 상팔담을 조망할 수 있는 구룡대로 오를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조물주가 작업한 74m 높이의 얼음 조각상을 보고 싶다면 구룡폭포로, 팔선녀가 목욕을 했다는 여덟 개의 연못을 보고 싶다면 구룡대로 향한다.
구룡폭포는 5분 거리에, 구룡대는 30분 거리에 있다. 단, 구룡대는 급경사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해야 하므로 산행에 자신 없는 사람이라면 구룡폭포와 기념사진 찍는 쪽을 택하자. 꽁꽁 언 채 봉우리 사이로 내려뻗은 구룡폭포 물줄기는 세상만사가 정지된 듯 한 느낌을 준다.
◆만물상 육체미에 감탄하다
= 온정각에서 버스를 타고 구불구불한 온정령 고갯길을 30분 정도 달리면 만물상 입구인 만상정에 닿는다.
구룡연과 더불어 주요 여행 코스로 사랑받는 만물상은 우락부락한 육체미를 자랑한다. 웅장한 산악이 저마다 우람한 어깨를 뽐내는 가운데 여기저기서 사람들의 감탄이 터져 나온다.
깎아지른 절벽은 마치 열정적인 조각가가 마지막 작품을 남긴 것처럼 그 굴곡이 격렬하다. 절벽 위로 생명력 질긴 나무가 울창한 가지를 드러낸다. 가지 위에 쌓인 눈이 무거울 법도 한데, 강풍에도 눈을 쉬이 털어놓지 않는다.
구룡연 산행이 2% 부족했다면 만물상 산행은 2%를 채워주기에 충분하다. "만물상을 다녀오지 않았다면 금강산을 다녀왔다고 할 수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니까. 만상정에서 천선대까지는 약 1.5㎞. 오르는 길에 만물상 경치에 취한 세 신선이 바위가 되었다는 삼선암, 솥뚜껑만 한 솥뚜껑 바위, 나무꾼이 도끼로 찍으면서 올라갔다는 절부암 등 다채로운 형상의 바위들을 구경할 수 있다.
만물상 여행의 하이라이트인 천선대 문턱에서 90도 각도의 아찔한 철계단을 만난다. 눈덮힌 등산로를 어렵사리 올라왔더니 이번에는 위험천만한 철계단이 버티고 있다.
거친 바위에 아슬아슬하게 걸터앉은 계단은 천선대로 이어진다. 해발고도 936m의 천선대에 오르면 이 세상을 다 가진 듯한 기분이다. 신선이 굽어보던 산줄기가 저 아래인가, 봉황이 날아오른 바위가 저 너머인가, 천선대에 올라 동서남북을 고루 내려다보고 있자니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하얀 눈은 오히려 장쾌한 산맥 줄기를 선명하게 드러낸다.
천선대에서 두려움을 털어내고 좀 더 부지런히 걸어 망양대(1041m)까지 오르자. 동해의 황홀한 물결에 잡념과 다리 통증이 씻은 듯이 사라진다.
△환전=금강산 관광에 통용되는 화폐는 미국달러. 사전에 환전을 하지 못했다면 온정각에 위치한 농협 금강산지점에서 환전하자. 남측 은행 환율이 적용된다.
△쇼핑=온정각 내 기념품점, 면세품점에서 판매하는 북한 술, 과자, 담배가 살 만 하다.
△이동경로=강원도 고성 남측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출국 수속을 밟은 뒤 금강산 관광버스를 타고 비무장지대를 통과한다. 금강산 온정각까지 약 30분 소요.
△상품정보=금강산닷컴은 다양한 일정의 금강산 여행 상품을 판매한다. 당일치기 일정은 구룡연 또는 만물상, 1박2일 일정은 구룡연, 만물상(또는 삼일포+해금강)이나 삼일포, 구룡연(또는 만물상)을 둘러본다. 2박3일 여행은 구룡연, 만물상을 둘러보는 외금강 일정과 표훈사, 벽하담, 마하연을 찾는 내금강 일정이 있다. 숙박비, 조식, 가이드 비용, 현지 교통비, 여행자보험 포함. 요금은 2박3일 기준 비수기 23만원부터, 최성수기 32만원부터. 매일 출발. (02)739-1090~1
[글 = 신은정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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