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소리 산사

◆지리산,,,천은사

삼무강천 2010. 11. 22. 16:49

 

 

 

 

 

 

 

 

 

 

 

 

 

 

 

 

 

 

 

 

 

 

 

 

 

 

 

 

 

"원교(圓嶠) 이광사(李匡師)가 쓴 전남 해남 대흥사(大興寺)의 대웅전(大雄殿) 편액(扁額)을 관람하며 지나쳤는데, 이는 조송설(조맹부-원나라의 서예가)의 형식 속으로 타락했으니 아연해 웃었습니다."

조선 후기 최고의 서예가로 꼽히는 추사 김정희가 전남 대흥사의 초의(草衣)선사에게 쓴 편지다.

중국과 다른 우리나라의 독특한 서체인 동국진체(東國眞體)를 완성한 이광사였지만 그는 추사의 박한 평가를 피할 수 없었다.

노론이었던 김정희와 소론이었던 이광사는 서로의 존재를 눈엣가시처럼 여기며 살았기 때문이다. 영조 때 역적 집안으로 몰리며 22년의 유배생활을 하게 된 이광사는 그래도 붓을 놓지 않았다. 그는 유배지에서 동국진체를 발전시키는 가운데 자신만의 독특한 서체인 `원교체`를 만들어낸 진정한 서예가였다.

원교를 향해 비난의 말을 퍼붓던 추사도 말년엔 라이벌을 인정했다. 이광사가 쓴 지리산 천은사 일주문 현판을 떼어내고 새 현판을 써줬던 그는 8년 뒤 다시 천은사에 들러 "이광사의 글씨가 더 훌륭하다"며 지금의 현판을 달게 했다.

일생의 `라이벌`이었던 서예가 추사 김정희와 원교 이광사의 친필 서첩이 발견됐다.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은 "일본의 대표적인 한국 고전서적 소장기관인 동양문고 자료를 조사하던 중 김정희와 이광사의 서첩을 각각 발견했다"고 16일 밝혔다.

민족문화연구원은 "발견된 추사의 완당서첩(阮堂書帖)과 원교서법(圓嶠書法)은 동양문고 목록에 등재돼 있지 않았지만 귀중본으로 분류돼 일반 고전 서적과는 별도 보관하고 있었다"며 "이들의 서첩이 같은 청구기호로 묶여 있는 점이 흥미롭다"고 전했다.

연구원 측에 따르면 두 서첩 모두 친필로 쓰인 것이며 깨끗하게 보존돼 왔다. 이광사의 원교서법은 조선 후기에 큰 영향을 미쳤던 주역 해설서 `참동계`를 해서체로 쓴 것. 원교의 글씨체 연구는 물론 주역 연구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동양문고 자료 조사에서는 서첩뿐 아니라 국내에 없는 조선시대 서적들이 발견됐다.

중국 문인 왕사정의 시(詩) 가운데 추사 김정희가 뽑아놓은 글을 제자 심의평이 모아 필사한 `정화선존(精華選存)`, 박세당의 시문집인 `서계집(西溪集)`등이 빛을 봤다. 특히 서계집에는 조선 후기 문신인 신대우의 장서인(藏書印ㆍ자신의 소유물임을 확인하기 위해 책에 찍는 인장)이 찍혀 있어 눈길을 끌었다.

연구원 측에 따르면 이 밖에 중국과 우리나라 문인들이 주고받은 글을 묶은 `화동창수록`, 박지원의 연암집을 필사한 책 등 귀중한 자료들이 발굴됐다.

민족문화연구원은 동양문고가 소장한 한국 고전적 자료 전체에 대한 목록을 작성한 뒤 주요 자료에 대해 디지털 원문 이미지를 제작할 예정이다.

연구원 측은 "디지털화 작업을 완료하는 내년 6월부터 온라인을 통해 일반에게 자료를 공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1924년 설립된 동양문고는 일본 최대 동양학 연구도서관이다. 총 95만권의 장서를 소장하고 있으며 한국 고전적 자료는 약 2000종에 달한다.

[이경진 기자]